목차 일부
43쪽
만주 벌판의 회복을 꿈꾸고 웅혼한 대륙적 기상의 회복을 촉구하는 한국 사회의 반일 민족주의는 어떨까? 거기에 일본제국의 수직성·폭력성을 극복하려는 담대한 성찰이 담겨 있을까? 단지 일본을 반대하고 증오하는 것일 뿐, 일본이 남겨놓은 수직의 폭력과 강한 것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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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의 치유를 위해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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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만주 벌판의 회복을 꿈꾸고 웅혼한 대륙적 기상의 회복을 촉구하는 한국 사회의 반일 민족주의는 어떨까? 거기에 일본제국의 수직성·폭력성을 극복하려는 담대한 성찰이 담겨 있을까? 단지 일본을 반대하고 증오하는 것일 뿐, 일본이 남겨놓은 수직의 폭력과 강한 것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44쪽
콤플렉스의 치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팽창주의적 서사와 욕망이 아니라, 그 서사와 욕망이 일으킨 비극에 대한 통찰이다. 한때 거기에 부화뇌동해서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사실에 대한 냉정한 자기비판이다.
57쪽
일제시기의 쌀 ‘수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주와 산지 매집상, 수입상, 판매상, 창고업자, 미두장의 투기꾼들이 제각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진술 속에는 막상 쌀을 생산하는 조선인 농민의 삶이 통째로 빠져 있다. 그들의 고된 노동, 고율의 소작료, 대부분 소작농이 전담하던 지세와 물세, 비료값 같은 이야기가 빠져 있다.
63쪽
식민지 조선의 지주-소작 관계 아래서 생산된 쌀은 자본주의적 유통기구를 거쳐 일본으로 수출됐다. 즉, 일제시기의 쌀 이동은 지주-소작 관계에서 자행되는 수탈과 자본주의적 수출이라는 양면이 결합된 과정이었다.
84쪽
한반도 농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준 것은 일본 대자본이 주도한 국소적인 공업화가 아니었다. 식민지공업화는 총생산을 늘렸을지언정 농민의 삶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농민의 처지가 개선된 것은 해방 이후의 농지개혁을 통해서였다. 정치가 결정한 것이다.
89쪽
목소리 높여 친일 청산 외치며 비판하기 좋은 악질 친일파의 죄상을 드러내는 일도 누군가에겐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친일 청산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는지 오늘에 되새기는 일은 훨씬 더 중요하다. 역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건 이런 의미일 것이다.
132쪽
식민지근대의 ‘전형적 의사’는 저 젊었던 날, 독립운동 대신 의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초심을 끝까지 지키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신명을 바쳐야 할 상대인 민중과 불화하니 삶의 내면이 행복했을까?
136쪽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과거사 청산이 쉽지 않았다면서 과거사 청산 자체에 냉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은 반대다. 두 나라의 사례는 과거사 청산이 결코 한 번에 끝날 수 없고,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 현재진행형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198쪽
인간은, 보통의 인간은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순응하는 것도 아니다. 그 윤리적 고민과 성찰은 때로 잠재되어 있지만 계기를 만나면 강하게 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중은 마치 풀처럼 가장 빨리 눕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빨리 일어서는 것이다. 누운 풀에게조차 윤리적 고민은 거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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