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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리타분한 책으로만 보이는 <소학>도 한때 금서(禁書)였다. '신분제를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홍길동전이나 이씨왕조체제를 부정하는 정감록도 아닌 <소학>이 웬 금서?' 하겠지만, 당시의 <소학>은 요즘 표현으로 치면 급진운동권(조광조)의 '이념서'였다.
이처럼 금서는 단순히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금서 처분은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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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리타분한 책으로만 보이는 <소학>도 한때 금서(禁書)였다. '신분제를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홍길동전이나 이씨왕조체제를 부정하는 정감록도 아닌 <소학>이 웬 금서?' 하겠지만, 당시의 <소학>은 요즘 표현으로 치면 급진운동권(조광조)의 '이념서'였다.
이처럼 금서는 단순히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금서 처분은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지배질서와 권력에 반하는 책들을 금지함으로써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 일종의 통제 수단이었다. 중국 진나라의 분서갱유, 일제강점기 국어와 국사책에 대한 금서조치, '읽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했던 우리의 70~80년대 등 금서의 문제는 늘 역사 속에 존재해 왔다.
<'책'의 운명>은 이러한 '금서'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사회, 사상사를 살핀 책이다. 지은이는 조선시대 불교와 도교 서적, 양명학과 천주교 서적 등이 당시의 정치적, 사상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간행되고 금지되었는지, 그리고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의 금서정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그 과정뿐 아니라, 그 이면의 사상과 권력투쟁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에서 자세히 설명해 나간다.
약간 학술적인 느낌이 없진 않지만, 금서를 통해 지배세력의 문화적·사상적 독점과 그 해체 과정을 설명해내는 지은이의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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