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유전이라는 생각은 언제부터 출현한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유전 물질이 전달되어 생명체를 발생시킨다고 사고하게 되었을까? 이런 유전 개념의 과거와 현재는 어떠했고 미래에는 또 어떻게 바뀔 것인가?"부전자전"(父傳子傳)이나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는 속담들을 생각해보면 유전(heredity)이란 현상은 근대 과학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명백하게 이해되는 현상처럼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이란 사고는 오직 1800년경에 이르러서야 의사들과 육종가들, 자연사학자들의 논쟁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직후에야 생물학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 중에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유전의 문화사』(원제: A Cultural History of Heredity)에서 슈타판 뮐러뷜레와 한스외르크 라인베르거는 세계 과학사 연구를 선도하는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에서 이루어진 다년간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를 종합하여 유전이라는 과학적 개념에 관한 명확한 문화사적 설명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근대 초기 이후 일어난 유전 개념의 극적인 변화를 기술하고 이런 변화들을 일으킨 정치적, 기술적 발전들을 소개한다. 뮐러뷜레와 라인베르거는 발생(generation)에 관한 전근대 이론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윌리엄 하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자연철학자들은 유전적 전달보다는 개체들의 출산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저자들은 유전주의적 사고가 정치와 법, 의학, 자연사, 사육, 인류학과 같은 다양한 문화적 영역에서 먼저 출현하고, 이 개별적 영역들에서 발전된 사고와 도구, 실천들이 1800년대 이후 생물학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생물학적 유전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뮐러뷜레와 라인베르거는 이후 생물학자들이 인종과 우생학과 관련해 점증하던 사회적 관심 가운데 유전 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19세기 말 무렵부터 고전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등장하는 20세기를 거쳐 연구자들이 다양한 정보 테크놀로지들을 활용해 유전을 이해하려 시도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생명과학에서 유전이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는 데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고, 왜 오늘날 여러 생명과학 분야들에서 압도적인 중요성을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결과를 낳은 지난 두 세기 동안의 더 넓은 문화적 맥락들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